한 달 동안 왼손으로 필사하면 인생이 바뀐다는 책을 읽었다.
이 책의 저자는 왼손필사의 효능에 엄청난 확신을 갖고 있었다. 매일매일 하루에 1~2시간, 딱 한 달만 왼손필사를 지속하면 문장력, 집중력, 암기력, 어휘력이 폭발적으로 상승한다고 주장했다. 이 말을 100% 믿는 건 아니었지만 마침 내게 필요한 책이었다. 나는 경증 ADHD를 앓고 있고, 콘서타 없이 집중력을 강화하고 싶었으나 번번이 실패했기 때문이다. 나는 이 왼손 필사를 통해, 오래 전 제 기능을 잃어버린 집중력을 복구하고 싶었다.
사실, 집중력 문제 뿐만은 아니었다. 20대 중반까지의 나는 암기력이 정말 좋았는데 최근엔 사정이 달라졌다. 자주 깜박깜박하고, 불과 5분 전에 들은 말을 잊어버렸으며, 어제 일을 떠올려도 기억이 흐릿했다. 기억력이 퇴화했다는 게 확 체감됐다. 긴 글을 읽기 힘들었다. 이 부분에 대한 걱정이 심각해서 나는 냉큼 왼손 필사를 실천했다. 원래 나는 행동력이 매우 낮아서 시킨다고 바로 행동하는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 알 수 있듯이 저자는 제발 독자에게 왼손 필사를 해달라고 간곡히 청한다. 그 절실함이 느껴져서일까. 나도 모르게 책을 완독한 다음 날 바로 실행했다.
왼손 필사의 효과
나는 약 한 달 하고도 1주일 넘게 왼손 필사를 실천했다. 과연 결과는 어땠을까?
아쉽게도 저자가 장담한 것처럼 내 인생이 바뀔 정도의 효과는 없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효과는 확실히 있었지만, 오른손 필사의 효능과 그리 다른 점을 못 느꼈다.
오해할까봐 한 번 더 밝히는데 필사는 분명 효과가 있다. 나는 집중력 부문에서 이 효과를 크게 체감했다. 평소의 나는 할 일을 끔찍하게 미루는 편이다. 잠깐 다른 곳에 정신이 팔리기라도 하면 2~3시간은 훌쩍 넘기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그런데 이게 웬걸? 일 하기 전, 필사를 1시간 씩 하니까 할 일을 더는 미루지 않게 되었다. 집중을 오래 할 수 있게 됐다. 책상에 앉아있는 시간이 길어졌다. 빽빽한 문단이 한 눈에 들어왔다. 긴 글을 읽는 것에 대한 저항감이 사라졌다.
물론 콘서타 만큼의 집중력을 내는 건 절대 아니었지만, 평소와는 뭔가 다르다는 게 체감됐다. 이에 관해 곰곰이 생각해 보았는데, 필사는 일종의 부스터인 역할을 하는 것 같다. 마치 관성의 법칙처럼..
ADHD와 왼손 필사의 관계
일을 하려면 에너지가 많이 소모된다. 특히 내 업무는 생각을 많이 해야 하는 업무이기에 더 그렇다. 그에 비해 필사는 에너지를 덜 소모해도 된다. 남이 쓴 수려한 문장을 오감을 통해 암기한 후, 그대로 적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작은 운동에서 큰 운동으로 가는 것이니 책상에 앉는 것이 예전처럼 죽을 만큼 힘들지 않았다.
물론 암기한 문장을 일일이 옮겨 적는 필사는 분명 하기 싫은 것이다. 그러나 눈 딱 감고 손운동과 암기를 며칠 반복하니, 이 행위가 더는 지루하지 않고 오히려 즐거웠다. 1시간 넘게 필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더 지속하고 싶은 마음까지 들었다.
필사를 하면 행복해지는 이유? 그건 바로 손을 움직이면 뇌가 자극되어 안정 호르몬, 행복호르몬이 나오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밝혔다. 필사를 계속 지속하고픈 마음이 드는 건 바로 이것 때문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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